
천연기념물은 한 번 지정되면 영구히 보호받는 자산일까요?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. 여러 이유로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.
이번 글에서는 천연기념물 해제의 개념, 절차,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가 자연유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, 또 어떤 부분에서 더 나은 보호 체계를 고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.
1. 천연기념물 해제란?
천연기념물 해제란 기존에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중에서 보존가치가 상실되었거나 지정 당시 기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, 그 지위를 철회하고 법적 보호를 종료하는 행위입니다.
이는 『문화재보호법』 제27조에 따라 이루어지며,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라 국가적 판단이 필요한 과정입니다.
2. 해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?
- ① 보존 상태 변화 감지
- 지자체, 연구기관, 주민 등의 제보 또는 정기조사에서 훼손 확인
- ② 현장 실사 및 평가
- 문화재청 또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보존상태, 생태적 가치, 존재 여부 등 조사
- ③ 문화재위원회 심의
- 자연분과 위원회에서 지정 유지 또는 해제의 타당성 검토
- ④ 해제 고시
- 문화재청장이 해제 고시 → 법적 보호 효력 종료
※ 해제되더라도 해당 자산이 여전히 보호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유형(예: 지방기념물, 명승 등)으로 전환 지정되기도 합니다.
3. 천연기념물 해제 사유 유형
- ① 물리적 훼손: 병해충, 태풍, 화재, 노령화 등으로 형태 상실
- ② 생태 기능 상실: 동물의 번식 불가, 개체군 붕괴 등
- ③ 멸종 또는 자연사: 대상 생물종이 실제로 사라진 경우
- ④ 인위적 개발: 도시 확장, 공사 등으로 보존환경 파괴
- ⑤ 과거 지정 오류: 과학적 검증 부족으로 지정된 경우 정정
4. 실제 천연기념물 해제 사례
● 천연기념물 제361호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
- 제주 일부 지역에 자생한다고 알려졌던 왕벚나무 군락
- 정밀 유전자 분석 결과, 자생종 아님으로 확인되어 2006년 해제
● 천연기념물 제201호 예산 수청리 측백나무
-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수명이 다하고 고사함
- 보존 가치 상실로 2011년 해제
● 천연기념물 제80호 천안 광덕사 은행나무
- 수령 약 800년 추정되던 고목
- 1990년대 병해충 피해 및 뇌우로 인한 중앙 줄기 소실
- 1997년 해제되었고, 현재는 표지석만 남음
● 일부 두루미 월동지 해제 사례
- 철새 월동지였던 지역이 환경 악화 및 간척사업으로 번식 중단
- 조류 개체수 급감으로 지정 가치 상실 판단
5. 해제가 주는 시사점
① ‘지정’만으로 보호는 부족하다
지정 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없이는 자연유산은 쉽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.
②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유연성 필요
기후위기, 개발 압력 등으로 생태 여건이 빠르게 변함 → 신속한 대응 체계 필요
③ 해제는 실패가 아니라 교훈
단순한 지정 해제가 아니라, 미래 보존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해야 합니다.
④ 지역사회와의 협력 필수
해제를 막기 위한 조기 대응은 주민, 전문가, 행정의 협력으로만 가능합니다.
6. 천연기념물 해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
- 정기 진단 제도화: 생물 및 자연물 상태 정기 검토 의무화
- 기후 변화 대응 정책 강화: 예측 기반 조기 보호 전략 수립
- 보존기술 개발: 고목 보호, 생태 복원 기술 적극 도입
- 지자체-국가 간 협력체계 구축: 지방정부의 예산 및 인력 지원 확대
맺음말
천연기념물의 해제는 단순히 보호가 종료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. 그것은 우리가 자연유산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회 전체의 반성의 계기이기도 합니다.
한 번 사라진 자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. 우리가 지정한 자연유산이 단지 서류상의 이름으로만 남지 않도록, 정책과 관리, 시민의식 모두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.
사라진 천연기념물의 흔적을 기억하며, 남아 있는 자연유산을 더 단단히 지켜나가야 할 때입니다.